• 최종편집 2024-04-18(목)
 
현대식 극장서 연주하면 소리 왜곡 
조상들이 풍류 즐기던 한옥방에선 연주자의 손놀림-숨결까지 전달돼

“한옥은 밖에서 외관만 봐서는 진짜 매력을 알기 어렵습니다. 한옥 안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놀았는지 알아야 숨은 멋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서울지하철 충무로역 3, 4번 출구 샛길을 따라 조금 걸어 올라가면 한옥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공원이 나온다. 1998년 문을 연 남산골 한옥마을이다. 지역 주민들에겐 공원, 외국인 관광객들에겐 한옥 체험 공간으로 이용되는 이곳을 거대한 국악 공연장으로 꾸민 이가 있다. 천재현 남산골 한옥마을 예술감독(44)이다. 국악인이 한옥마을의 예술감독을 맡게 된 배경을 물었다. 


“관광객들은 보통 한옥마을에 가면 한옥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 오잖아요. 한옥을 반만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선시대만 해도 한옥은 친한 이들이 모여 시 읊고 악기 연주하던 장소예요. 특별한 공연장이 없으니 한옥의 방이 공연장이었죠. 이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는 우연히 국악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중3 때 아버지와 국립극장에 놀러간 것이 계기였다. 그의 아버지는 국립극장 옆 국립국악고를 가리키며 “저 학교 갈래?”라고 물었다. 역사와 국사를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던 그는 ‘국사나 국악이나 어차피 우리 것이니 적성에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덜컥 입학을 결정했다. 국악고에서 그가 택한 전공은 거문고. 고난의 학창시절이 시작됐다. 거문고는커녕 음악 자체를 배운 적 없던 그는 수업 진도를 따라가기조차 버거웠다. 부족한 실력에 대한 열등감은 제일 일찍 등교하고 제일 늦게 하교하는 걸로 달랬다. 학창시절 흘린 눈물과 땀은 서울대 국악과 합격이라는 결실로 돌아왔다. 

그는 국악인들 사이에서도 국악의 전통성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인물로 알려져 있다. 2000년대 초반 국악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지며 퓨전 국악이 대안으로 떠오를 때에도 전통 국악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전통 국악의 명맥을 잇고자 하는 이들과 의기투합해 ‘정가악회’를 꾸려 대표를 맡았다. 2014년 남산골 한옥마을과 서울남산국악당을 위탁 운영할 곳을 찾던 서울시는 전통 국악에 대한 그의 애정을 높이 평가해 정가악회를 위탁 사업자로, 그를 예술감독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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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사 과목을 좋아하다 아버지의 권유로 국악에 입문한 천재현 남산골 한옥마을 예술감독. 그는 “국악은 한옥에서 들어야 진정한 멋을 느낄 수 있고 한옥은 실내를 봐야 진정한 멋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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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골 한옥마을 예술감독 천재현 - “한옥서 듣는 국악이 진짜 100% 전통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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