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대전의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다 (20)

대전문화재단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차세대 아티스타를 지원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지원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은 개인 창작을 극대화 시켜나갈 수 있으며, 신진 예술가들은 서로 간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문화예술 인적 인프라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7년 모두 24명을 선정했으며 이들의 창작활동과 예술세계를 스토리밥 작가협동조합 소속 작가들이 취재해 널리 알리고자 한다.

 

 

 

 


11월 8일 저녁 7시 30분,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 작은 마당에서 ‘전해옥의 가야금병창 사랑방’ 두 번째 무대 준비


흘러간 유행가를 구성지게 따라 부르는 소녀가 있었다. 목소리도 크고 탄탄한 음을 가지고 있었던 소녀는 커서 창을 하면 잘 하겠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자랐다. 또래 보다 키도 크고 달리기도 잘하는 활발한 아이로 성장하던 소녀에게는 별명이 하나 있었다. 그 별명은 ‘갑산이’였다. 유치원에 다닐 때 어른들이 노래를 시키자 동요 대신 칠갑산이라는 노래를 멋지게 불러 생긴 별명이었다.

 

“할아버지, 아버지 두 분 다 고향이 강원도였는데 강원도아리랑이나 정선아라리 정도는 기본으로 하셨어요. 할아버지 댁에 놀러 가면 민요음반을 항상 틀어놓고 생활하셨죠. 사랑채에는 오래된 레코드판과 혹시라도 당신 돌아가시면 사라질지도 모른다며 토속민요나 낯선 단가를 직접 녹음한 테이프들, 풍물악기들이 보관되어 있었고 농번기나 마을 행사가 있다하면 할아버지께서 꽹과리나 장구를 잡으시는 모습도 자연스러웠죠.”

 

이런 환경을 가진 소녀가 전통음악을 일생의 업으로 삼은 일을 보고 이상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30대의 젊은 나이임에도 사)대한민국전통예술전승원 이사와 사)가야금병창보존회 이사와 대전지회장을 맡고, 국악그룹 소리디딤 대표로 활동하면서 국가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이수자로서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는 전해옥 씨가 그 소녀이다. 


전해옥 프로필

 

전해옥 씨는 아홉 살에 국악을 장려하던 대전 화정초등학교로 전학을 왔고 4학년이 되자 운명처럼 가야금을 만났다. 어린 나이지만 국악인의 길을 걸어야겠다는 꿈을 이때부터 가졌다고 한다.

 

“하나만 하는 일도 어려운데 악기와 소리를 같이 하는 일은 쉽지 않죠. 그런데 이 둘을 같이하는 가야금병창이 참 재미있었어요. 전학 온 학교에 국악반이 있고 가야금병창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제게 큰 행운이었어요.”

 

그러나 부모님은 가야금병창을 그냥 취미로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셋째 딸인 전 씨에게까지 전폭적으로 지원을 하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컸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학교에 진학했는데 우연은 소녀의 꿈을 도왔다. 마침 담임선생님으로 가야금을 전공한 분을 만난 것이다. 선생님은 개인 악기를 학교에 기증하면서 가야금동아리를 만들었다. 전 씨는 다시 공부하면서 연주를 배우고 또 경연대회도 나갈 수 있는 환경으로 3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진학의 시기는 다가왔다. 물론 전 씨는 예술고등학교로 진학해 본격적으로 우리 음악을 공부하고 싶었기에 무작정 대전시립연정국악원에 전화해 방법을 묻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여의치 않은 분위기에도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가야금을 공부할 수 있는 일반 학교를 찾아 자원해 입학한 것이다.

 

“3년간 국악합주반에서 가야금을 연주하면서 국악인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죠. 예술대학에 진학하는 일도 부모님의 힘을 덜어드리고자 2년간 직장생활을 했어요. 그리고 초등학교 때 가야금병창을 지도해주셨던 은사님을 찾아뵙고 가야금병창을 사사받으며 예술대학 입시를 준비했어요.”


이런 노력의 결과, 예향인 광주, 전남대 국악학과에 진학해 가야금병창을 전공한다.

 

 

깊은 전통을 잇다


“예술중고교를 다니면서 계속 가야금병창으로 대학을 준비해온 학생들에 비하면 많이 부족한 실력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대학생활에 임했어요.”

 

밤늦은 시간까지 연습실과 도서관을 오가며 열심히 공부한 결과 전액장학금으로 학교를 다녔고 바로 국립남도국악원에 입단해 연주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다시 대전으로 활동무대를 옮긴 전 씨는 수많은 경연대회에 출전해 2014년, 전주대사습놀이 가야금병창부문 장원을 수상한다.

 

“가야금병창은 소리를 하면서 직접 가야금으로 반주도 하기 때문에 합을 이루면서 완벽하게 자신의 색깔 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매력이 있어요. 가야금도 잘하고 소리도 잘하면 정말 최고인데,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어색해요. 더 노력해야하는 거죠. 저는 어릴 적 박귀희 선생님의 소리를 좋아해서 그 제자 분들의 소리까지 수집해서 듣는 매력에 빠져서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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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여운(旅雲)으로 소통하는 가야금병창 연주자 전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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