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9(금)
 
▶ 해당기사 더보기


추위에 떨며 굶주리고 있는 조카들을 위해 훔친 한 조각 빵. 절도죄로 체포되어 19년 동안의 감옥 생활을 한 남자의 이야기. 우리가 알고 있는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의 서사입니다. 억울함과 불쌍함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삶이지만 그 기구함이 비단 장발장에게만 해당됐을까요. 다소 엉뚱하지만 그렇다고 허무맹랑하지마는 않은 이 전제에서 비롯된 이야기가 ‘우리의 소리’로 재탄생했습니다. ‘입과손스튜디오’의 판소리 <레미제라블-토막소리 시리즈>를 통해서입니다.

2017년 창단한 입과손스튜디오는 고수 이향하, 김홍식, 신승태와 소리꾼 이승희, 김소진, 프로듀서 유현진으로 구성된 공동체입니다. 이들은 <완창 판소리 프로젝트>, <19호실로 가다>, <판소리동화 안데르센> 등을 무대에 올리며 판소리가 갖고 있는 연희 양식의 가능성을 다양한 각도로 실험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레미제라블-토막소리 시리즈>는 중장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무대인데요. 극 중 인물들의 삶, 이들을 둘러싼 사건, 작가의 사회적 시선 등에 초점을 맞춰 3개의 토막소리로 창작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가난하고 아름다운 여자 ‘팡틴’을 주인공으로 합니다. 19세기 프랑스 사회를 온몸으로 통과해 낸 그녀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21세기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을 만나게 되죠. 두 번째 이야기는 ‘신군’이라는 인물의 입과 손으로 원작의 ‘마리우스’라는 인물이 경험한 혁명과 사랑을 주제로 합니다. 두 사람은 다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서로의 삶을 대입해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입과손스튜디오’가 <레미제라블>을 통해 하고팠던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통통 튀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진중하지만 그 속에서도 해학을 놓치지 않는 ‘입과손스튜디오’의 이향하 대표를 네이버공연 전시판이 만났습니다.

 

입과손스튜디오를 소개해 주세요.

 

전통 판소리와 전통 소리를 20년 이상 공부한 사람들의 모임이에요. 원래도 판소리 창작공연단체 ‘판소리 만들기-자’라는 곳에서 함께 했어요. 10년 정도 그곳에서 활동을 했는데, 4년 전쯤 그 활동이 마무리되면서 이 작업을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뜻이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입과손스튜디오를 창단하게 됐죠. 판소리를 만드는 방법을 만드는(웃음), 즉, 창작 판소리라는 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보자,라는 취지로 탄생한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입과손스튜디오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후보가 정말 많았어요. 그러던 중 누군가 ‘우리가 갖고 있는 게 조동아리 손모가지 밖에 더 있냐’라고 말했고, 모두가 동의했죠(웃음). 그렇지만 그 단어를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었기에 입과 손으로 순화했고, 계속 창작 작업을 하자,는 의미로 스튜디오를 붙이게 됐어요.

 

어떤 분들이 함께 하시는지 궁금해요.

 

총 6명이 함께 해요. 먼저 이승희 소리꾼은 이 분야에서는 사랑받는 보컬리스트였는데 입과손스튜디오에 합류하면서부터는 창작가로 더 많이 알려지게 됐어요. 김소진 소리꾼은, 진짜 소리를 잘하는 소리꾼이에요. 목구성이 시원하고 웅장하며 여자 소리꾼 같지 않은 목소리를 갖고 있어요. 고수 3명은 김홍식, 신승태, 그리고 저예요. 김홍식은 광주광역시 문화재 이수자에요. 어릴 때부터 판소리 중심의 고법을 공부했기 때문에 성음이 되게 깊고 나이에 맞지 않는 중후한 추임새를 갖고 있어요. 또 여러 가지 음악적 소스를 만들죠. 신승태는 경기 소리꾼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목소리를 활용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은 친구예요. 소리꾼과 고수의 쩜오랄까(웃음). 그리고 저는 판소리가 가진 구조적인, 판소리적 감각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것들을 음악으로 풀어내는 걸 좋아해요. 끝으로 프로듀서 유현진은 입과손스튜디오의 일인 다역으로, 못하는 게 없어요. 판소리를 오랫동안 해온 다른 친구들이 객관화하기 힘든 부분을 유 PD는 명확하게 캐치해요. 판소리를 새롭게 보는데 가장 크게 영향을 주는 사람이에요.

 

 

전체댓글 0

  • 80890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레미제라블'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는 누구? 입과손스튜디오의 기분 좋은 엉뚱함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